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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 JEONJU · 2026.10.08

배낭 메고 만난 전주 한옥마을의 이틀

버스로 떠난 가족 배낭여행. 한옥마을의 골목, 손으로 만든 엽서, 비 오는 경기전과 국밥 한 그릇을 한 편에 담았습니다.

글·사진 진공 · Little Trip 편집

두 딸과 동생, 조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전주로 갔어요. 배낭 하나씩 메고, 발길 닿는 대로 다닌 1박 2일. 첫날에는 더위에 지쳤고 둘째 날에는 우산을 폈다 접었다 했지만, 돌아보니 또 가고 싶은 장면이 꽤 많았습니다.

한옥마을을 걷다가 엽서를 만들고, 비가 오면 박물관에 들어가고, 긴 줄을 만나면 다른 식당으로 향했어요. 이번 에디터 픽은 그때의 두 여행 기록을 한 편으로 묶었습니다.

비에 젖은 돌바닥과 꽃나무가 보이는 카페 이르리의 한옥 마당

둘째 날 아침, 커피를 마시며 바라본 이르리의 마당.

첫날은 발길 닿는 대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전주. 여행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제법 길게 느껴졌어요. 아이들과 배낭을 메고 움직이니, 이동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전동성당은 볼 때마다 사진을 찍게 되는 곳이에요. 한옥마을을 걷다가 예쁜 건물이 보이면 잠시 멈췄고, 고전번역교육원 앞에서도 카메라를 들었어요. 유명한 장소를 하나씩 확인하기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따라 걸었습니다.

전주 전동성당의 붉은 벽돌 외관과 세 개의 탑

첫날 걸음을 멈추게 한 전동성당.

풍년제과 본점에서는 초코파이도 챙겼어요. 당일 만든 초코파이를 사서 바로 먹어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선물로만 생각했던 간식이 여행 중 잠깐 쉬어가는 이유가 됐습니다.

구경하다가 직접 만들어 본 엽서

완판본문화관에서는 전시를 보고 엽서 만들기 체험을 했어요. 한옥대문봉투를 접는 방법도 배웠고요. 골목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면 남지 않았을, 손으로 만든 여행 기념품이 생겼습니다.

나무 바닥과 전시장이 있는 완판본문화관 내부

완판본문화관에서 둘러본 전시 공간.

꽃 그림과 글귀를 담아 만든 두 장의 엽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였던 엽서 만들기.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렇게 직접 해보는 시간을 한 번 넣어도 좋겠어요. 다만 체험 종류와 진행 여부는 방문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원문에 적었던 체험비는 당시 기록이라 현재 가격으로 안내하지 않았어요.

루믹스 S9으로 이것저것 찍었는데 사진 색감은 제멋대로, 배낭은 무겁고 더위까지 겹쳐 오후 5시부터 졸음이 쏟아졌어요. 배낭여행이라더니 이거 맞나요?! ㅎㅎ

그래도 간식을 먹고 버스킹을 보고, 계획 없이 걷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다음 날 계획이라고 해봐야 아침 국밥과 점심 식당 두 곳. 그마저도 다음 날 그대로 되지는 않았어요.

한옥마을에서 자고 국밥으로 시작한 아침

숙소는 한옥마을 안의 민박이었어요. 이름보다 기억에 남은 건 위치였습니다. 마을을 앞마당처럼 오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비가 오던 둘째 날 아침은 왱이콩나물국밥으로 시작했습니다. 전에 이용했던 신관 대신 이번에는 본관에 들어갔고, 제 입에는 맛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같은 콩나물국밥이어도 집마다 조금씩 다른 매력을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콩나물과 오징어가 올라간 국밥과 곁들인 수란

둘째 날 아침으로 먹은 왱이콩나물국밥.

아침을 먹었으니 이제 카페인 충전 시간. 숙소 근처 이르리에서 커피를 마셨어요. 손님이 많지 않을 때라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사진도 찍었습니다. 비에 젖은 마당과 한옥을 보며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 좋았어요.

비가 오면 경기전에서 박물관으로

경기전은 예전 방문 때 충분히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다시 갔어요. 이번에도 보고 싶은 건 어진이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산을 펴고 접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다 비를 피해 어진박물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왕들의 어진을 보고, 용포의 색과 모자에 대한 해설도 곁에서 들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기와지붕과 붉은 기둥의 경기전 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자

경기전에서는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둘러봤어요.

어진박물관에서 촬영한 왕의 복식 그림 전시

비를 피해 들어갔다가 조금 더 머물게 된 어진박물관.

비 오는 날 한옥마을을 전부 실내 여행처럼 생각할 수는 없어요. 저희처럼 바깥을 걷다가 박물관이나 카페에서 쉬어가는 식으로, 걷는 시간 사이에 머물 곳을 두면 좋겠습니다.

긴 줄 대신 가까운 식당에서 마무리

점심은 전주는전주에서 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이 길어서 바로 포기했습니다. 계획은 있었지만 대기까지 견딜 계획은 없었나 봐요 ㅋㅋ

대신 경기전 가까이에 있는 종로회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산더미 불고기와 떡갈비를 먹었어요. 자리에 앉고 나니 뒤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생기더라고요.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맛있게 먹고 나오면 괜히 기분이 더 좋습니다.

채소 위에 얇게 썬 고기가 높이 쌓인 종로회관의 산더미 불고기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종로회관에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는 풍년제과에서 초코파이를 한 번 더 샀어요. 더위와 비에 배낭까지 메고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구경하고 만들고 먹으며 보낸 이틀은 좋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차를 타고 오자 ㅋㅋ

이 여행에서 골라 가고 싶은 것

한옥마을의 골목을 걷고 사진을 찍고 싶다면 전동성당과 경기전을,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볼 시간을 갖고 싶다면 완판본문화관을 골라보세요. 왕들의 어진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어진박물관에서도 잠시 머물러 보시고요.

저희가 들렀던 곳을 전부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고르고, 커피 한 잔이나 식사처럼 쉬는 시간도 남겨두면 좋겠습니다. 무거운 배낭과 긴 대기는 이번에 충분히 경험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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